부고는 순서를 지켜 오지 않습니다. 한 달 내내 조용하다가 같은 날 오전과 오후에 연달아 소식이 닿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. 이럴 때 난감한 것은 마음이 아니라 배분입니다. 두 곳 모두에 같은 정성을 보이고 싶지만 예산도 시간도 하나뿐이고, 한쪽만 챙겼다는 인상이 남을까 봐 결정이 늦어집니다. 겹친 부고는 판단이 어려운 상황이라기보다 결정할 항목이 많아진 상황에 가깝습니다. 형식, 등급, 주문 순서를 차례로 정하면 대부분 정리됩니다.
먼저 형식부터 나눕니다
두 건을 모두 화환으로 맞춰야 한다는 규칙은 없습니다. 조의를 표하는 방법에는 조문, 근조화환, 부의가 있고 이 셋은 서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. 겹친 날에는 관계의 층위에 따라 형식을 먼저 나누어 두면 나머지 판단이 훨씬 가벼워집니다.
| 상가와의 관계 | 일반적인 선택 | 이유 |
|---|---|---|
| 내가 직접 아는 사이의 상 | 조문과 부의를 함께 | 얼굴을 보이는 편이 우선입니다 |
| 회사나 단체 명의로 예를 갖출 자리 | 근조화환 | 이름이 빈소에 남는 것이 목적입니다 |
| 건너 아는 사이거나 먼 지역의 상 | 근조화환 또는 부의 중 하나 | 형식을 겹쳐 늘릴 필요는 없습니다 |
| 화환을 사양한다는 안내가 있는 상 | 부의나 위로 인사 | 유족이 밝힌 뜻을 따릅니다 |
이렇게 나누면 두 건 중 화환이 필요한 자리는 대개 한 곳이거나, 두 곳이라도 성격이 서로 다른 자리로 갈립니다. 직접 조문을 가는 곳에는 몸이 이미 다녀왔으므로 화환까지 더하지 않아도 결례가 되지 않고, 갈 수 없는 곳일수록 이름이 대신 서 있어야 하므로 화환의 몫이 커집니다. 두 상가는 서로의 사정을 모른다는 점도 기억해 둘 만합니다. 어느 쪽도 다른 쪽과 비교해 서운함을 느낄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.
등급을 맞출지 나눌지
형식이 정해지면 금액이 남습니다. 여기서 갈리는 기준은 두 상가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 여부입니다.
서로 무관한 두 곳이라면 각 관계에 맞춰 따로 정하면 됩니다. 가까운 쪽에는 근조 3단 고급 11만원이나 특 14만원으로 무게를 두고, 예를 갖추는 정도의 자리에는 일반 9만원이나 일반A 10만원으로 단정하게 맞추는 식입니다. 같은 날이라는 이유만으로 두 화환의 값이 같아야 할 까닭은 없습니다.
반대로 같은 회사, 같은 모임처럼 한 울타리 안에서 두 건이 겹쳤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. 두 빈소를 다녀온 사람이 겹치기 때문에 차이가 눈에 띄고, 그 차이가 관계의 서열로 읽힐 수 있습니다. 이때는 두 곳을 같은 등급으로 맞추는 편이 안전합니다. 예산이 부담된다면 양쪽 모두를 한 단계 낮춰 나란히 맞추는 것이, 한 곳만 올리고 다른 곳을 낮추는 것보다 낫습니다. 조직 안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금액의 크기가 아니라 형평입니다.
두 건을 주문할 때 섞이지 않게
같은 날 두 건을 연달아 주문하다 보면 정보가 뒤바뀌는 실수가 생깁니다. 고인 성함과 장례식장이 어긋나면 화환이 엉뚱한 빈소로 가고, 리본 문구가 바뀌면 두 상가 모두에서 어색해집니다. 방법은 단순합니다. 한 건을 완전히 끝낸 뒤 다음 건을 시작하는 것입니다. 두 건의 정보를 한 화면에 펼쳐 놓고 번갈아 채우는 방식이 실수를 부릅니다.
주문 전에는 건별로 장례식장 이름과 지역, 고인 성함, 리본에 들어갈 보내는 이를 한 줄씩 적어 두고 그대로 옮겨 적습니다. 빈소 호실은 몰라도 주문에 지장이 없으므로 확인하느라 시간을 쓸 필요는 없습니다. 설치가 끝나면 사진이 전송되므로, 두 건 모두 사진을 받아 리본 문구와 빈소를 대조해 두면 확인이 끝납니다. 혹시 잘못 넣었더라도 주문 후 30분 이내이고 제작 전이라면 전액 환불로 취소할 수 있으니, 발견 즉시 연락하는 편이 빠릅니다.
시간이 촉박하면 발인이 이른 쪽부터
두 곳의 일정이 다르면 순서는 발인 시각이 정합니다. 발인이 이른 상가일수록 화환이 서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짧기 때문입니다. 오후 6시 이전 주문은 당일 2~4시간 안에 배송되고, 그 이후 주문은 다음 날 오전에 도착합니다. 늦은 저녁에 두 번째 부고를 받았다면 조바심을 낼 것 없이 익일 오전 도착으로 두면 됩니다. 조문객이 가장 많이 드는 때는 대개 둘째 날 저녁이므로 그 전에 도착하면 제 역할을 합니다.
정리하면 겹친 부고는 형식을 나누고, 관계가 이어진 자리인지 살펴 등급을 정하고, 한 건씩 끊어 주문하는 세 단계로 처리됩니다. 두 곳을 똑같이 챙기지 못했다는 마음이 남을 수 있지만, 조의는 총량으로 비교되는 것이 아닙니다. 각 상가에 알맞은 형식이 하나씩 도착했다면 그것으로 예는 갖춰진 것입니다.